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

취몽인 2019. 1. 8. 14:48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이야기舍廊 > 좋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김기택  (0) 2019.01.18
무인도를 위하여/신대철  (0) 2019.01.08
상리과원(1955. 서정주시선)  (0) 2019.01.08
삶을 살아낸다는 건 /황동규  (0) 2018.12.06
가지가 잘린 떡갈나무/H.헤세  (0) 201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