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이야기舍廊 > 좋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쥐/김기택 (0) | 2019.01.18 |
---|---|
무인도를 위하여/신대철 (0) | 2019.01.08 |
상리과원(1955. 서정주시선) (0) | 2019.01.08 |
삶을 살아낸다는 건 /황동규 (0) | 2018.12.06 |
가지가 잘린 떡갈나무/H.헤세 (0) | 2018.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