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선생이
1920년부터 최근까지
발표된 시 중 고른
현대시 100편.
언젠가부터
시집 한 권을 읽으면
그 중 한 편을 고르고 있다.
그저 내 기준으로,
내 마음에 드는 한 편을..
이런 경우는
한 편 고르는 일이 난감하다.
대시인이 고른 100편 중에서 한 편이라니..
한편으로는
행복에 겹다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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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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