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내가 왔다
봄날
점심 먹고
낡은 평상에 앉았다
은행이 막 눈을 뜨고
벚꽃잎 어디선가 날아 내린다
담배 한 모금
서쪽으로 사라지는데
곁에
누군가 앉는다
파르스름한 젊은이
어찌 그리 늙었소?
입 닫고 묻는
낮 익은 얼굴
오래전 봄날
서소문 공원에서 꽃비 맞으며
세월 참 더럽게 안간다
퉤 뱉었던 침
어디를 돌아다니다
마른 바람이 되어 뺨을 스친다
발밑에는
곁에 있었던 그녀
눈물 한 방울
먼지로 일고
젊은이 어느새
저만치 저 혼자 가고
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