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곁에 내가 왔다

취몽인 2020. 4. 11. 13:42




곁에 내가 왔다

 


봄날

점심 먹고

낡은 평상에 앉았다

은행이 막 눈을 뜨고

벚꽃잎 어디선가 날아 내린다

담배 한 모금

서쪽으로 사라지는데

곁에

누군가 앉는다

파르스름한 젊은이

 

어찌 그리 늙었소?

 

입 닫고 묻는

낮 익은 얼굴

 

오래전 봄날

서소문 공원에서 꽃비 맞으며

세월 참 더럽게 안간다

퉤 뱉었던 침

어디를 돌아다니다

마른 바람이 되어 뺨을 스친다

발밑에는

곁에 있었던 그녀

눈물 한 방울

먼지로 일고

 

젊은이 어느새

저만치 저 혼자 가고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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