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애완事物

숟가락

취몽인 2020. 4. 17. 11:36

 

 

 

숟가락

  

 

늙은 어머니

혼자 사는 집에는

아직도

어린 내가 여기저기 숨어 있다

 

아내와 함께

싱크대 청소를 하는데

숟가락 하나 눈에 띈다

 

둥근 볼이 깊고

손잡이도 길게 둥근

삼십 몇 년 전

고향 떠날 때 굳이 따라온

고봉밥 퍼먹던

열 몇 살 시절 끼니

 

오래

밥 구경 못한 녀석을 위해

고프지 않은

밥 한 술 떴다

 

 

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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