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공부할 詩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 신대철

취몽인 2020. 10. 2. 11:41

흰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신대철

 

 

 죽은 사람이 살다 간 南向을 묻기 위해

 사람들은 앞산에 모여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소년들은 잎 피는 소리에 취해 山 아래로 천 개의 시냇물을 띄웁니다. 아롱아롱 山울림에 실리어 떠가는 물빛, 흰나비를 잡으러간 소년은 흰나비로 날아와 앉고 저 아래 저 아래 개나리꽃을 피우며 활짝 핀 누가 사는지

 

 조금씩 햇빛은 물살에 깎이어 갑니다. 우리 살아 있는 자리도 깎이어 물 빝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로 부숴집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흰 모래 사이로 피라미는 거슬러오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그대를 위해 사람들은 앞산 양지 쪽에 모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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