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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이 우는 소리
쿠우 쿠우 쿠우우
해질 무렵이면
자주 서쪽이 울곤했다
낡은 기적소리처럼 하늘을 울리는 소리가
오래 궁금했다
꼼짝않는 찌를 바라볼 때
뜨거운 날 해방촌을 지날 때
불은 라면을 먹을 때
강아지가 멀뚱히 나를 볼 때
서쪽은 느닷없이 울곤 했다
쿠우쿠 쿠우쿠 쿠우우
빈집 한 켠이 무너지는 소리
녹슨 철골 쓰러지는 소리
채석장 떠낸 돌이 갈라지는 소리
대체로 무언가
상실에 가까운 소리로 서쪽은 울었다
쿠쿠 쿠쿠쿠 쿠쿠 쿠우우
믿을 수 없었지만
산비둘기 울음이라 했다
설움의 더께를 긁어내는 듯한 소리로
새는 왜 서쪽에서 우는 것일까
붉은 지평선 토하며
누구를 부르는 것일까
쿠우쿠 쿠쿠 쿠우우쿠
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