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스크랩] 귀촉도(歸蜀途)

취몽인 2007. 11. 20. 17:22
 

귀촉도(歸蜀途) /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
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서정주[徐廷柱]

1915. 5. 18 전북 고창~2000. 12. 24 서울.

호는 미당(未堂)·궁발(窮髮). 시세계의 폭넓음과 깊이로 해서

한국 현대시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손꼽힌다.

 

출처 : 사랑, 그 그리움들
글쓴이 : 旼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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