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풀 / 남궁벽

취몽인 2007. 11. 27. 11:17
풀 여름 풀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삽붓삽붓 밟는다
여인의 입술에 입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녀?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
내가 죽으면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꾸나

그래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
네나 내나 우리는
불사의 둘레를 돌아다니는 중생이다
그 영원의 역로에서 닥드려 만날 때에
마치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때에
지금 내가 너를 삽붓 밟고 있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삽붓 밟아 주려무나

풀/ 남궁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