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스크랩] 즐거운 편지 / 황동규

취몽인 2007. 11. 26. 11:11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 제2막에서 주인공 네모리노가 부르는 아리아

출처 : 시세상
글쓴이 : 조찬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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