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린 아이의 투명한 놀라움과 같은 시, 창조의 시는 어디에 있나.
지금 나는 시인이기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시는 없고 시인이라는 빈껍데기가 아닌가. 나는 시대의 건달인가.
청진동의 낮과 밤, 이곳은 탈출할 수 없는 나의 게토인가.
아 터무니 없는 시베리아 툰드라로 떠나고 싶다. 바이칼에 가 울고 싶다.
일제 시대 이광수의 소설은 거기까지 무대로 삼았다.
나는 낭만주의자이다. 나는 모더니스트도 아니고 고전주의자도 아니다.
그 사이를 떠도는 도깨비불이다.
시에게 가라. 네가 살 곳 네가 살다 뒈질 데는 거기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는 언제 깨달을 것인가.
이런 자기질책 앞에서 나는 두 손을 둘 곳이 없었다.
오늘은 슬픔이 많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