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어머니 1.

취몽인 2007. 12. 12. 21:44

 

  

어머니 1.

 

2007. 12. 12

 

스치로폼 박스에 얼음처럼 담겨 손 마디 긴 대게가 택배로 도착했다 

지들끼리 먹다 멀리 사는 누이 생각에 처남이 보낸 싱싱한 마음이다

모두 열마리 찜통에 담을려다 아내가 어머니를 떠올리고 전화 한다

드시러 오실래요 아님 애비 차로 가져다 드릴까요 당신이 오신단다

휴일 쉬고 있는 자식 부리느니 내 품을 팔지 하는 요량 뻔히 보인다

늘 그런 식이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아내 말마따나 도가 지나치다

이수역 에스컬레이트에 실려 파도처럼 어머니 굽은 어깨가 올라온다

마스크로 가린 입 위로 부숴진 세월이 가득 흐르는 이즈러진 눈자위

울컥 설움이 치밀어 어깨 지나 창에 비친 먼 겨울 산 보며 인사한다

맛난 것도 귀찮은데 대게라니 풀썩 웃는 모습에 언뜻 바다가 비친다

그래 어머니는 바다가 고향이지 대게 나는 영덕 아래 물 맑은 청하면

내 손으로 대게 사드린 적이 없으니 어머니 만난 대게는 몇 년만일까

차로 가면 오분 거리 집 굳이 마다하고 작은 아들과 함께 드시겠단다  

스치로폼 박스 얼음 소리 철렁이며 에스컬레이트 바다로 내려가는

어머니 왼 손에는 여섯마리 덜어낸 대게들이 빈관처럼 덜거럭 거리고

어머니의 뒷 모습에 일흔네해 묵은 초가처럼 하얀 성에 담뿍 내렸다 

오늘 저녁 어머니의 밥상에는 게딱지 가득 동해 바다 추억이 오르겠지

상계동 산자락 아파트에선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검푸른 동해 바다

그 모래 톱을 수다스럽게 뛰어다니던 댕기머리 키큰 처녀의 모습으로

철썩 가슴 때리는 높은 파도 마음 너머 대구로 시집간 그날 기억으로

부모 형제 다 바닷 바람에 씻겨 아련하게 누워 있을 뿌리의 꿈으로

이제는 그 큰 키도 세월에 눌려 어깨부터 내려 앉고 쉬 앓는 어머니

잔병 가득한 이 겨울 지나고 나면 어머니의 바다를 돌려 드리고 싶다 

기억과 추억의 고리를 지나 시간의 파도가 어머니 바다를 삼키기 전에

등푸른  청어가 풀풀 뛰었다는 청하 바다를 주름에 담아 드리고 싶다 

오늘 밤 아파트 복도위로 성성한 파도가 오르는 바다 꿈 먼저 꾸셨으면

대게에 실려 온 비릿한 고향 살뜰히 드실 어머니께 조금은 덜 미안하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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