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예
-- 나의 아름다운 이모에게...
2007. 11. 9
누가 내 문을 두드려..
스무살
백합같던 이모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더부살이
갈라진 바람이 세찼지만
꽃잎처럼 웃던 그 노래.
누가 내 문을 두드려..
맑은 서리
소복 얹은 이모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평생 불러
하늘 마음에 가득한
만가지 생각의 노래.
누가 내 문을 두드려..
평생에 두 달
이모만 모르는 길에서
노래가 울립니다.
스무살
백합같던 이모가
문 열고 꽃지려 합니다.
2007. 12.3
겨울, 어제 저녁 해 저무는 시간에
이모의 숨결이 저물었다고 합니다.
밤새 잠아 오지 않아 뒤척였습니다.
떠난 이모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나이 어린 동생을 앞세워 보낸 어머니의 심정이 애처로왔습니다.
여름에 고모가 돌아가시고 이 겨울 문턱에 이모가 돌아가시고...
내 곁어머니들이 다 떠나 간 자리
어머니는 밤새 무슨 생각을 하실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하셨을 것 같은 자신의 떠남에 대해
나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 뒤 가늠하지 못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이별과는 달리
나 역시도 떠남을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어머니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집니다.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인데..
그 헤어짐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오니..
새삼 남은 어머니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어젯 밤에 떠난 이모가 제게 남긴 꾸중 같은 생각입니다.
이미 떠난 분께 인사 드리러 떠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