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사랑하는 사람들

이정예

취몽인 2007. 11. 9. 10:08

 

이정예

  -- 나의 아름다운 이모에게...

 

 

                        2007. 11. 9

 

누가 내 문을 두드려..

 

스무살

백합같던 이모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더부살이

갈라진 바람이 세찼지만

꽃잎처럼 웃던 그 노래.

 

누가 내 문을 두드려..

 

맑은 서리

소복 얹은 이모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평생 불러

하늘 마음에 가득한

만가지 생각의 노래.

 

누가 내 문을 두드려..

 

평생에 두 달

이모만 모르는 길에서

노래가 울립니다.

 

스무살

백합같던 이모가

문 열고 꽃지려 합니다.

 

 

2007. 12.3

 

겨울, 어제 저녁 해 저무는 시간에

이모의 숨결이 저물었다고 합니다.

 

밤새 잠아 오지 않아 뒤척였습니다.

떠난 이모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나이 어린 동생을 앞세워 보낸 어머니의 심정이 애처로왔습니다.

여름에 고모가 돌아가시고 이 겨울 문턱에 이모가 돌아가시고...

내 곁어머니들이 다 떠나 간 자리

어머니는 밤새 무슨 생각을 하실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생각하셨을 것 같은 자신의 떠남에 대해

나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앞 뒤 가늠하지 못할 때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이별과는 달리

나 역시도 떠남을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어머니와의 이별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집니다.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인데..

그 헤어짐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오니..

새삼 남은 어머니와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어젯 밤에 떠난 이모가 제게 남긴 꾸중 같은 생각입니다.

이미 떠난 분께 인사 드리러 떠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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