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 정 민경(경기여고 3년)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하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
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
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
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
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
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
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
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
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 있데. 어린 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까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5.18 민중항쟁 기념 서울 청소년백일장 시 부문 대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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