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스크랩] 노끈

취몽인 2009. 1. 5. 11:45

 

 

노끈  / 이성목



마당을 쓸자 빗자루 끝에서 끈이 풀렸다
그대를 생각하면 마음의 갈래가 많았다
생각을 하나로 묶어 헛간에 세워두었던 때도 있었다
마당을 다 쓸고도 빗자루에 자꾸 손이 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마른 꽃대를 볕 아래 놓으니
마지막 눈송이가 열린 창문으로 날아들어
남은 향기를 품고 사라지는 걸 보았다
몸을 묶었으나 함께 살지는 못했다
쩡쩡 얼어붙었던 물소리가 저수지를 떠나고 있었다
묶었던 것을 스르르 풀고 멀리 개울이 흘러갔다

 






 



 

출처 : 시세상
글쓴이 : 조찬용 원글보기
메모 : 나를 묶고 있는 노끈을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