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시 / 나쁜 꽃 |
나쁜 꽃
오인태
참외서리 들켜 혼비백산 내닫다
개골창에 처박혔을 때,
코밑에서 히죽히죽 웃고있던
고것이 아마
연붉은 고마리꽃이었겠다
처음으로 중학동기생의 입술을 훔치고
현옹수 마구 떨리는 소리를 엿듣던
그 봄날 달빛 가득하던 과수원
이제 막 망울을 터뜨리던 사과꽃,
배꽃이었던가?
유난히 젖가슴이 풍만했던 주인아주머니를
맘속 간음을 하고, 그럴 때마다 마구 찧고싶은
후회와 부끄러움을 토해내던 자취방
뒤뜰, 빙그레 웃고있던 부처님
머리통 같은 수국
대학에 붙고도 등록금이 없어 캄캄한
밤을 전전긍긍할 때,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리며 불의를 부추기던
어릴 적 동네 이장 집에만 피어
더운 김을 뿜어내던 이팝나무꽃
지금
낯뜨거운 내 고해성사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책상 앞 질항아리 속의
수련 흰 한 송이,
너
꽃,
이렇듯 공범, 또는 집요한 미행자
-시집『아버지의 집』에서
출처 : 시야, 밥 먹고 놀자!
글쓴이 : 촛불시인 원글보기
메모 : 나의 나쁜 꽃과 다른 나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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