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2010. 3. 11
실직의 창구
앉을 곳 없는 자들을 위한 자리는
무겁게 분주하다
번호표를 뽑고
구호를 상담하는 뒷통수를
고개 숙여 비웃는다
딩동, 딩동
137번과 228번이 퉁겨져 나간 자리
목마름이 껌처럼 늘어진 후
다시 딩동
기간중에 소득은 없으셨죠? 네!
지갑이 파르르 떤다
하루 4만원
한달의 실업은 아내의 월급
초라함과 뻔뻔함의 노임
그런데도
넌 뭐가 좋다고 술잔을 기울이고
곧은 목으로 떠들고 있는가
네 실업은
나태한 시간과의 간음 탓이지만
부푼 입술이 길을 텄거늘
잊엇는가
- 그 입술을 제어하는 자는
지혜가 있느니라 - 하신 말씀
실직의 창구
영정처럼 입 닫고 바라보던
너의 침묵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