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
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
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오려놓으니 허공이란 가끔 연
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부
리와 흰 뺨의 영혼이다 공중에서 묻혀온, 공중이 묻혀준 색깔
이라 생각했다 깃털의 모양이 보호색이니까 그건 허공의 입김
이라 생각했다 박새는 갈필을 따라 날아다니다가 내 창가에서
허공의 날숨을 내고 있다 허공의 색을 찾아보려면 새의 숫자
를 셈하면 되겠다 허공은 아마도 추상파의 쥐수염 붓을 가졌
을 것이다 일몰 무렵 평사낙안의 발묵이 번진다 짐작하자면
공중의 소리 一家들은 모든 새의 울음에 나누어 서식하고 있
을 게다 공중이 텅 비어 보이는 것도 색 一家들이 모든 새의
깃털로 바빴기 때문이다 흐고 바래긴 했지만 낮달도 渲染法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공중이 비워지면서 허공을 실천 중이라
면 허공에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람결 따라 허
공 한 줌 움켜쥐자 내 손바닥을 칠갑하는 색깔들, 오늘 공중의
안감을 보고 만졌다 공중의 문명이란 곤줄박이의 개체 수이다
새점을 배워야 겠다
* 25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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