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冬麥 / 김수영

취몽인 2010. 9. 10. 17:07

 

 

 

 

 <빌려 온 사진>

 

 

 

동맥(冬麥)  / 김수영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 주고 싶다)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

 

그러나 이 눈망울을 휘덮는 싯퍼런 작열의 의미가 밝혀지기까지는

나는 여기에 있겠다

 

햇빛에는 겨울보리에 싹이 트고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골짜기들은 평화롭지 않느냐 -

평화의 의지를 말하고 있지 않느냐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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