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온 사진>
동맥(冬麥) / 김수영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내 몸은 아파서
태양에 비틀거린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믿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광선의 미립자와 분말이 너무도 시들하다
(압박해 주고 싶다)
뒤집어진 세상의 저쪽에서는
나는 비틀거리지도 않고 타락도 안했으리라
그러나 이 눈망울을 휘덮는 싯퍼런 작열의 의미가 밝혀지기까지는
나는 여기에 있겠다
햇빛에는 겨울보리에 싹이 트고
강아지는 낑낑거리고
골짜기들은 평화롭지 않느냐 -
평화의 의지를 말하고 있지 않느냐
울고 간 새와
울러 올 새의
적막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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