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의 초경 / 김경주
버려진 등대에 살고 있는
개가 상공을 바라본다
해발 몇천 미터 상공에서
초경을 시작하는 물새
가장 높은 안개에 자신의 위도를 세우고
몸의 물관들을 바깥에 모두 열어놓았다
그것은 눈부신 문자의 활공 같은 것
나는 해변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수첩 속 짐승들을 몰고 와
나무로 빚은 술을 마신다
나무들이 물관을 들어 올리며
흰김을 피워 올린다
물관 속에서 새들이 푸르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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