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속초에서 / 장석남

취몽인 2010. 11. 18. 11:39

 

 

 

 

 

 

 

속초에서 / 장석남

 

 

 

속초 중앙시장 한가운데 빨간 고무 다라이

맑은 핏물 살얼음 속 허연 돼지머리가 가만히 눈감고 하늘을 향했다 아마도 처음이리

설마 목을 도려낸 자의 배려는 아니겠지

죽어 하늘을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애써 생각한다

아직 미간에 방울소리가 묻은 햇무당이 장을 보러 와서 눈여겨본다

설악산에서 왔을까?

부둣가에서 왔을까?

핏물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 제 호와 흡을 내놓고 허드렛 고기가 되는

고전적 사랑의 기술

 

나를 끓여 찬밥을 넣어 말아먹으렴!

싸고 뜨거운,

그리고 언제나 비린 사랑이여!

나의 노독(路毒)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