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한국은 지금 까마귀의 나라.(출처,티스토리/오똘또기님)
왜 반북감정은 넘쳐나는데 반중감정은 반미감정의 반의 반만큼도 일지 않는 것일까?
왜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한데 코스피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왜 대북강경파들은 자신의 무능을 햇볕정책으로 물타기할 수밖에 없을까?
이 글에서 나는 두 개의 잣대로 남한사람들의 대북태도을 분류함으로써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합리적 설명을 시도해 볼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도는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해 주는 가장 파워풀한 설명변수이다.
첫 번째 잣대.
당신은 북한에 대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호전적 유형인가 아니면 차이가 있더라도 참고 달래면서 가자는
관용적/포용적 유형인가? 전자의 유형을 war-monger라는 의미에서 W라고 표시하고, 후자의 유형을 tolerating이라는 뜻으로 T라고 표시해 보자.
누구건 W아니면 T 중 하나에 속한다고 정의해 보자. 당신은 W인가, T인가?
두 번째 잣대.
당신은 전쟁에서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쳐 싸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나의 생존을 위해서 몸을 숨길 것인가?
꼭 전시가 아니더라도 자기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기손해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이타적(altruistic)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A라고 분류하고, 비이타적 (좁게는 이기적 selfish) 성향을 가진 이들을 S라고 표기하자.
당신은 A인가, S인가.
이 두 차원을 결합하면 우리는 4개의 태도유형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된다 (2*2). [각주:1]
1) WA (호전적인 이타주의자)
2) WS (호전적인 이기주의자)
3) TA (포용적인 이타주의자)
4) TS (포용적인 이기주의자)
좀더 부연설명하자면 호전적인 이타주의자들(WA)은 전쟁이 나면 앞장서 나아가 싸우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War hawk이다.
흔히들 매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911 테러가 있은 후 자진입대했다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미식축구 선수
팻 틸만같은 이가 이런 유형에 해당한다. 틸만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프로 미식축구 선수로서 성공한 커리어를 쌓아가는 와중에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자원입대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
호전적인 매파(WT)는 평화시보다는 전쟁시에 그 가치를 발하는 부류이며 WT가 부족한 나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둘째로, 전쟁매파(WA)의 반대편에는 흔히들 비둘기파라고 불리우는 관용적 이타주의자들(TA)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내집단(ingroup)은 물론
외집단(outgroup)에 대해서도 차이를 수용하는 포용적 태도를 갖고 있다.
성향상 이타성이 강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면서 공동번영을 꾀하려는 속성을 지닌다.
한국에서는 디제이로 대표되는 햇볕정책 지지자들 다수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대칭구도는 너무나 흔히들 잘 알려져 있는 클리세같은 것인데 반해, 우리가 흔히 주목하지 않는 유형이 바로 WS군과 TS군이다.
TS군은 외집단과의 차이를 잘 수용하고 참아낸다는 점에서 비둘기과랑 공통점을 지니지만 이들은 성향상 자기이익 지향적이다.
이들은 비위가 좋아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적대적인 외집단 멤버들과도 거래를 틀 수 있는 사람들이다.
비지니스계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는 현정은 회장이나, 개성공단에 들어가 있는 기업인들이 좋은 예이다.
나는 이들을 참새파라고 부르고 싶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지나가듯 이들은 방앗간이 있는 곳이라면 남과 북을 가리지 않는다.
넷째, 어쩌면 가장 주목해야할 유형인데 매파랑 묶여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그룹이 바로 호전적 이기주의자들이다 (WS).
이들은 매파와 같이 전쟁불사론자라는 점에서 같지만 매파가 될 수 없는 근본적 차이를 지닌다.
그것은 바로 전쟁은 좋지만 내 목숨은 귀하다는 사익추구성향이다. 이런 사익추구성향으로 인해 전쟁불사를 외치지만 정작 자기 죽을 자리에는
절대 가지 않으려 한다. 한국에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하나 있는데 굳이 콕 집어 말하지는 않겠다.
호전적 이기주의자(WS)들은,비유를 하자면, 매가 아니라 까마귀과에 속한다.
까마귀는 매로 위장하여 새들을 위협한 다음 도망간 새들의 둥지에 자기 알을 낳는 데 능하다.
매의 위세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기 씨를 퍼트리는 까마귀의 생존전략은 여우가 호랑이없는 곳에서 호랑이 행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생존전략과 우세종
일반적으로 자연/사회 선택과정에서 호전적인 유형보다는 포용적인 유형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호전적인 유형은 외그룹과의 전쟁에서 앞장서 싸우러 갔다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을 세우고 돌아올 경우 집단내에서 전공을 인정받아 번식에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으므로 전쟁으로 인해 호전파가 멸종되지는 않는다
(Choi & Bowles, 2007).
한편 이타주의자들은 이기주의자들과의 생존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타주의자들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 커진 파이는 주로 이기주의자들이 빼먹기 때문에
이기주의자들이 우세종을 점하게 된다 (Choi & Bowles, 2007).
그렇다면 이타주의자들은 결국 소멸될 수밖에 없을텐데 왜 이 사회에 살아남아 있을까?
이미 전술했듯이 이타주의자들은 외집단과의 경쟁, 갈등, 언젠가는 생길 수밖에 없는 전쟁으로 인해 생존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Choi & Bowles, 2007).
그런 점에서 호전적인 이타주의자(전쟁매파)들은 가장 열세종이지만 사회적 필요에 의해 소수파로서 입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전개해 보면 일반적으로 한 사회 내에서 우세종은 포용적인 이기주의자들이 차지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어서 경쟁우위를 점하는데다가 포용적이어서 외집단과의 거래에도 유리하다.
평화시에는 외집단과의 거래로 이득을 취하고 전쟁이 발발하면 매파들 뒤에서 자기생존을 도모한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호전적인 이기주의자들과 비둘기과에 속하는 포용적인 이타주의자들은 생존경쟁에 유리한 강점과 불리한 약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중간자적 입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외집단과의 갈등이 격화될수록 까마귀들의 입지가 강해지고 외집단과의 평화무드가 강해질수록 포용적인 비둘기파들이
유리해진다.
전쟁과 평화, 집단경쟁, 그리고 여론경쟁
외부집단과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전쟁위기가 커질수록 집단내에서 호전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전쟁불사 강경론을 떠받치는 두 축은 전술했다시피 매와 까마귀들이다. 포용적인 이기주의자들인 참새들은 전쟁위기시에 강경론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자기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쟁호크의 뒤에 줄을 서려 한다.
포용적 이타주의자들은 전쟁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그룹이지만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나갈 수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반면 평화무드가 강할 때에는 포용주의자들의 입지가 강해진다.
외집단과 협력을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인데, 대북 온건론을 떠받치는 두 축은 크게 비둘기파와 참새들이고,
경우에 따라서 호전적이지만 이익지향성이 강한 까마귀들이 편승하기도 한다.
전쟁위기시 강경파: 매 > 까마귀 >,,,,>참새>...>비둘기
평화무드시 온건파: 비둘기 > 참새 > ...>까마귀>......>매
결국 강경론이 다수를 점하느냐 온건론이 다수를 점하느냐는 외집단과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이러한 추세전환을 실제적으로 만들어내는
스윙세력은 까마귀파와 참새파라고 할 수 있다. 전쟁위기가 강해질수록 까마귀와 참새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매와 참새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원래 서두에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서 전쟁을 도발하는 북한을 배후지원하는 중국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지 않은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참새파나 까마귀파들에게 북한은 거래로 뜯어먹을 게 별로 없는 관계라서 반북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중국과 같은 거대경제권과 척을 지는 것은 위험하다.
참새파들은 이를 가장 경계할 수밖에 없고 호전적인 까마귀파들도 중국과의 맞짱은 이익에 침해되므로 주저하게 된다.
머리가 돌아가는 매파들이라면 굳이 중국과 각을 세우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다.
매파들이 만약 중국과 각을 세운다면 내집단안에서 우세종인 참새파들이 매파들과 거리를 두게 되므로 매파들의 여론주도권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대북갈등이 격화되면서 주변화되는 비둘기파 입장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이라는 약한 고리를 건드려서 매와 참새의 사이를 뜯어 놓는 것이다.
북한의 3대세습을 적극 지지하는 중국, 북한에 핵개발을 도울 자금과 자원을 지원하는 중국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서
매파와 까마귀파들의 논리적 약점을 추궁하는 것이다.
둘째, 매와 까마귀의 연합을 이어주는 고리를 공략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명박은 말만 강경이지 물렁하고 무능하다는 박지원의 타격이 이런 약점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교전확대를 막아라는 발언으로 곤경에 처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매파들로부터 공격당하는 까마귀신세라고 하겠다.
더욱 강경하게 북한을 다뤄야 한다는 호전론이 여론적으로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요동치지 않는 것은
까마귀족들이 말로는 확전을 주장하면서 손으로는 이익실현의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식매입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만큼은 매파와 까마귀파들이 따로 노는 셈이다.
끝으로 인터넷에서 김대중, 노무현의 대북포용정책을 이제 와서 끌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포탈을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한나라당까지 이에 가세를 하고 있는데, 내가 볼 때 진짜 매파들, 조갑제나 김용갑, 이회창류는 이명박의 실정을 공격하기 바쁘고 지금 전쟁위긴데
햇볕이 왠말이냐는 논리로 이명박을 쉴드 치는 류는 압도적으로 까마귀족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은 입으로는 전쟁불사지만 실제 전쟁이 일어나서 행여나 목숨과 재산을 잃을까 내심 걱정하는 바, 이명박의 교전확대 저지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명박을 까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대신 비둘기를 공격해서 집단내에서 우위를 유지하려 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비둘기들은 햇볕정책을 앞세우기 보다는 이명박의 안보무능을 폭로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따질 건 따지는 자세를 취하는 게 유리하다.
지금은 비둘기와 까마귀의 대결이고 누가 참새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냐가 대결의 포인트이다.
사진소스: 조인스 카페 사람과 사람사이
- 이와 같은 분류법은 최정규 & Bowles (2007). The Coevolution of Parochial Altruism and War. Science. 에서 빌려온 수정한 것이다. http://www.sciencemag.org/content/318/5850/636.abst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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