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폭력 창고

세상을 지배하는 관념들, 그리고 문제

취몽인 2010. 10. 18. 17:49

 

 

 

19세기 이후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몇 가지 관념들

 

1. 낮은 형태로부터 높은 형태로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했다는 진화관이 있다.

   이 관념은 지난 백여년 동안 현실의 모든 측면에 예외없이 체계적으로 적용되었다.

 

2. 경쟁, 자연선별(Natural Selection), 적자생존에 대한 관념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스럽고 자동적인 진화와 발전 과정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3. 인류의 전체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취급하면서, 종교나 철학, 예술 따위와 같은 인간 생활의 모든 고도의

   표현 형태는 '물질적인 생명 과정에 필요한 부속물'일 뿐이며, 경제적 이해 관계를 은폐하거나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부구조라고 주장하는 관념이 있다.

 

4. 인간 생활의 모든 고도의 표현 형태에 대한 마르크스의 해석에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으로

   이 표현 형태를 무의식의 어두운 충동으로 해석하고, 이 충동을 주로 유아기와 사춘기에 충족되지 못한 근친상간

   욕망의 산물로 해석하는 프로이트의 해석이 있다.

 

5. 일반적인 상대주의 관념으로, 이것은 모든 절대적인 것을 부정하고 모든 규범과 기준을 해체하며, 마침내 실용주의로

   이어지면서 진리의 관념마저 완전히 버리게 되며, 오늘날 수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셀은 이에 대해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거나 자심이 말하는 것이 진리 인지에 대해 스스로 알지 못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6. 마지막으로 오늘날 승리를 누리는 실증주의 관념이 있다. 이것에 따르면, 타당한 지식은 오로지 자연과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으며, 어떤 지식이든 일반적으로 관찰 가능한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는 한 진리가 아니다. 달리 말해서,

   실증주의는 '노하우'에만 관심을 보일 뿐, 어떤 종류의 의미나 목적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의 가능성을 부정한다.

 

 

이 여섯 개의 '거대한' 관념은 비경험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 말고 어떠한 공통점이 있을까? 이것들은 모두

높은 차원과 낮은 차원의 구분을 부정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전에 높은 차원의 것으로 인정되었던 것이 실질적으로는

'낮은 차원'의 것을 좀더 미묘하게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은 우주의 다른 존재들처럼 실질적으로

원자의 우연한 배열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인간과 돌의 차이는 기만적인 외모 정도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급 문화도

위장된 경제적 탐욕이거나 성적 억압의 표현일 뿐이다. 어쨌든 인간이 '낮은 차원'보다 '높은 차원'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높은 차원'이나 '낮은 차원'같이 순전히 주관적인 용어는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으며

'해야 한다'는 말은 단지 권위주의적 과대망상을 보여주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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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성은 19세기로부터 물려 받은 환상적이면서 생명을 파괴하는 관념 집합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믿기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이다. 좀 더 참된 신념을 회복하는 것이야 말로 이성의 주요 과제이다.

 

 

E.F.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