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와파린

취몽인 2011. 3. 9. 17:33

 

 

 

와파린

 

 

2011. 3. 9

 

현대문학 박완서 추모특집 글 중 선생의 따님이 쓴 글을 읽다 화들짝 놀랐다.

 

내용 중에 선생이 담낭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하는데 그 동안 드신 아스피린 때문에 수술을 미뤄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스피린은 혈액을 묽게 하는 기능이 있어 동맥경화 환자같은 분들이 드시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수술에는 장애가 된다는.... 아스피린 기운이 다 빠져야 수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지난주 퇴원하신 어머니는 와파린이란 약을 장복해야 한다는 처방을 꼬리에 달고 나왔다.

그 와파린이라는 약, 어머니 병인 폐색전증을 치료, 개선시키는 약이다. 그리고 효능 측면으로 분류하자면 핼전 용해제.

즉 피를 묽게 만드는 약인 셈인데 그 분야에선 아스피린이 아마추어라면 와파린은 프로쯤 되는 약이다.

 

그 약을 계속 드셔야 하는 어머니는 결국 앞으로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 아홉. 노인들이 마지막에 돌아가시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혈관 질환이고 다른 하나는 암이라는데

혈관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암을 도려낼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밸런스를 위한 언밸런스.

 

어머니는 요즘 우리 집에서 원기 회복 중이시다.

여전히 늦잠 자는 손녀들과 음식 낭비하는 자식들에게 불만을 토로하시고 계시지만 솔방울 많이 매단 마른 소나무의 모습을

가릴 수는 없다. 그 푸석한 얼굴과 손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푸석해진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풀풀 날린다.

 

그 어머니에게 오늘 저녁 말해야겠다. 절대 암 걸리면 안된다고... 수술도 못하니깐 무조건 걸리면 안된다고..

그러면 아마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실 것이다.

'잘됐네 뭐, 난 암 걸려도 그 아프고 고통스럽고 자식들 괴롭히는 수술 같은 건 안할 요량이었으니까.. 그냥 휙 가면 되겠네.' 라고..

 

그럴 수는 없다. 눈 부릅 뜨고 그놈의 암이란 놈이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지켜야할 것 같다.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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