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뿌리들
2011. 5. 6
상계 주공아파트 14단지 앞 주차장
키 큰 벚나무 한 그루 무성하다
삼십년 아파트가 삭아 내리는 동안
차곡차곡 푸르른 나이를 쌓아온 나무
지난 겨울 짐도 나르지 못하는 엘레베이터로 오른
굽은 등의 어머니 집 510호엔
수도 계량기가 얼어붙고
보일러 배관도 손 쓸 수 없이 낡아
전기 장판 한 장 이불 두장으로 언 발을 녹이는
울화통이 서려있었는데
벛꽃이 벌써지고 오래된 우듬지가 하늘을 찌르는
키 큰 벚나무 한 그루
낡은 힘줄이 얼킨 맨 발로 마당을 걷는다
무게를 견디기에 온 힘을 다한 30년
아파트는 순환기가 다 망가졌고
나무는 관절이 으스러지나 보다
멀지 않아 그들이 만날 날이 올 것이다
아니 꽃 잎 매말라 보도블록 푸석한 아래
콘크리트 비집고 나온 철근 뿌리와
흙 이불 걷어부친 세월의 뿌리가
벌써 손 부비며 만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