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벽돌
1.
갓 태어난 바람이 불어
남한강 낮은 사구(沙丘) 이름을 부른다
이제는 다시 떠나야 할 때
어깨에 얹힌 페름의 화석을 젖힌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고생(古生)의 저력
굳어가며 수 없이 들었던 뜨거운 멸종
퇴적은 타버리지도 잊혀지지도 않는다
갇혀있던 누런 햇볕이 기어 나온다
깊은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2.
바다는 끓어 올랐다
붉은 얼굴 위로 어둠이 오고
무덤 사이로 스며드는 뼈들
바다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산이 되고
새 한 마리 깃들어 눈 부신 고개
상처에서 불려 나온 가시 박힌 이름들
의지는 초라해도 집착은 남아
곱게 늙은 바위 하나 오래 씻은 흔적 하나
지워진 입술 벌려 붙들고 싶었다
3.
겹겹 바람은 맴돌아
직각으로 분열하는 벽의 차이들
식은 햇볕이 깊숙한 그림자를 캐는 동안
모퉁이들은 벌써 떠났다
쑥부쟁이 한 줄기로 웃는 오래된 얼굴
뒤따르는 발자국들 바스락
마른 뻘이 일어나고 서로의 발을 씻는 모래들
멀리 흘러 나무가 되고 조개가 되고 구름이 되리
넓게 넓게 깊어지는 낡은 세상 하나
* 세계모던포엠 작가회 16시집 '무시로 그리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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