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씨름
더는 버틸 기운이 없어
이제는 인정해야할 때가 왔다
꺽인 팔로는 도무지 널 이길수가 없다
하늘을 향한 손바닥
굽어 보는 너와 우러러 보는 나
구십도는 마지막 자존심이라 할 수도 있지만
완벽한 굴종
게다가 인정하지 못하는 졸렬함까지
부러지지 않겠지만
굽은채 바닥에 머리만 닿지 않은
뿌리 뽑힌 자존
차라리 팔목을 풀자
더이상 좁아지지 않을 예각에 시달리는 너를 놓고
이제는 그만 바닥에 닿아 쉬자
애당초 이길 수 없는 게임
시작과 함께 넌 손목을 놓쳤고
그걸로 결말은 정해진 것
오래 버틴 것도 어쩌면 대단한 것이야
자꾸 왜 그때 손목을 놓쳤을까 생각해봐야
꺽인 손목은 다시 세울 수 없어
팔씨름은 이미 끝난 거야.
201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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