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속에는
젖지 않는 눈이 있을 리 없지만
유난히 축축한 눈이 있다네요
어젯밤 내린 눈이 그랬답니다
습설이라던가요
무겁게 내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지붕을 내려 앉혔다 세상이 야단입니다
좀 다르긴 하더군요
어둠을 지우며 내리는 모습이
뭔가를 부여안고 내리는 듯 보였습니다
하늘에서부터 짊어지고 온 전설이나 기억 같은
그런 것들 아닌가 싶었어요
베란다 창틀에 내려 앉은 한 녀석을 만지니
그렁그렁 녹지도 못하고
망설이다 눈물을 왈칵 쏟습니다
정말 잠깐 바라보다
주르르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 눈물
혹시 나를 아는 이 아닐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손 마주 잡았다 떠난 이
아주 멀리 갔다가 아주 오래 걸려 돌아 온
그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바람으로 구름으로 떠돌다
깊은 슬픔으로 뚝뚝 듣는 그 사람
억겁으로 지나는 길 겨우 들러
얼굴 한 번 보고 사라진 눈물 같은
그 사람이면 나는 어쩌죠
저기 슬픔에 젖은 이야기들이
또 울며 내려 오네요
* 모던포엠 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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