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이제 그만 꽃 지자

취몽인 2013. 5. 13. 17:11

 

 

 

이제 그만 꽃 지자

 

 

 

 

 

마지못해 피우던 봄은 이제 그만

서러운 웃음을 닫고 내려서자

 

마디 마다 맺힌 상처들이 아물면

아무렇지 않다

마침 부는 바람 어깨를 빌리자

 

꽃 피지 않는다 비웃는 이 몇이나 되겠는가

피어 있으면 잠깐 머물러 웃다

그저 나무로구나 모두 떠나는 것을

 

혼자 조바심으로 겨우내 가슴 앓았을 뿐

여린 잎은 얼마나 떨고

마른 가지는 또 얼마나 눈물 쥐어짰던가

 

꽃 피지 않아도 나무는 나무

찬탄은 없어도 기댈 그늘은 아름다우리

 

아쉬워하지도 말고

목련 개나리 쏟아지는 이 봄날에

마지막 무거운 꽃잎 하나 떨구고 그냥

무심한 나무가 되자

 

꽃 지자 이제 그만

내려 앉자 자유로

 

 

 

*월간 모던포엠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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