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름다움을 찾아서
봄은 언제나 좁은 사이
틈을 비집고 먼산은 서둘러 연두로 초록으로
작은 잎 얼굴 하나 가슴을 뛰게 하던 시절
비집기 힘든 틈 새싹으로 씩씩하게 돋았었다
생활이 땅을 파고 들면서 박동은 문득 멈췄다
바다는 언제나 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퍼렇게 날 세우던 동해의 긴 해안선이나
생명들이 누렇게 끓는 서해가 귀를 간질였다
오래전 만남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던 기억은 참 멀리 있다
단단한 흙을 딛고 무심히 솟은 나무들
대지와 하늘이 맞잡은 가지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숲속 반짝이며 쏟아져 내리던 그림자며 햇살이며
무뚝뚝함은 또 얼마나 깊은 신뢰였던가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말라붙은 가난에서도 불어오고
산과 바다는 여전히 굼실대며 어깨를 툭툭 친다
벗나무 한 그루 딛은 땅의 자연스러운 경계
돌멩이 하나에도 깃든 정겨운 대화들
그들은 여전한데 잠긴 눈은 아직도 견고하다
나는 어쩌면 다시 눈뜰 수 있을까
2013. 4. 25 초고 / 2013. 5. 22 수정 / 모던포엠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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