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다시 아름다움을 찾아서

취몽인 2013. 6. 28. 10:37

 

 

 

 

 

 

다시 아름다움을 찾아서

 

 

 

 

봄은 언제나 좁은 사이

틈을 비집고 먼산은 서둘러 연두로 초록으로

작은 잎 얼굴 하나 가슴을 뛰게 하던 시절

비집기 힘든 틈 새싹으로 씩씩하게 돋았었다

생활이 땅을 파고 들면서 박동은 문득 멈췄다

 

바다는 언제나 나를 부르고 있었다

시퍼렇게 날 세우던 동해의 긴 해안선이나

생명들이 누렇게 끓는 서해가 귀를 간질였다

오래전 만남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던 기억은 참 멀리 있다

 

단단한 흙을 딛고 무심히 솟은 나무들

대지와 하늘이 맞잡은 가지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던가

숲속 반짝이며 쏟아져 내리던 그림자며 햇살이며

무뚝뚝함은 또 얼마나 깊은 신뢰였던가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말라붙은 가난에서도 불어오고

산과 바다는 여전히 굼실대며 어깨를 툭툭 친다

벗나무 한 그루 딛은 땅의 자연스러운 경계

돌멩이 하나에도 깃든 정겨운 대화들

그들은 여전한데 잠긴 눈은 아직도 견고하다  

 

나는 어쩌면 다시 눈뜰 수 있을까

 

 

 

2013. 4. 25 초고 / 2013. 5. 22 수정 / 모던포엠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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