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세인트루이스의 흰고래

취몽인 2021. 1. 10. 14:48

 

 

세인트루이스의 흰고래

 

 

사월, 비 그친 미주리는 구역질을 쏟는다

붉은 옆구리에 연신 부딪히는 속도들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미시시피를 만날 때 까지는

쇳소리 섞인 클라리노를 멈추지 않는다

 

바다는 낡은 기억

거슬러 오른 길들은 넓이를 잃고 길이를 얻었다

정수리에서 솟구쳐 오르는 한숨만큼

굶주림 속으로 부조리는 꾸역꾸역 쌓인다

 

상류는 지워지고 발원은 도처에 생긴 강

시간이 무너져 내린 절벽 아래로

죽은 것들을 모아 산 것들을 키우며 흐르는 미시시피

델타에 부려놓을 것들과 어쩔 수 없는 끼니를 고른다

 

축 늘어진 수염으로 거른 세인트루이스의 어제는

반쯤 녹은 페놀로 끈적하고

반짝이는 것들이 쌓이는 뱃속은 자꾸 견고해진다

썩지 않는 바다는 등 뒤에서 유구하다

 

구토를 받아 먹고

서서히 녹슬어가는 고래 한 마리

하얗게 떠오르다 시커멓게 가라앉는 미시시피의 슬픈 이야기

돌아서지 못하는 세인트루이스의 흰 고래 한 마리

 

 

2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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