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의 흰고래
사월, 비 그친 미주리는 구역질을 쏟는다
붉은 옆구리에 연신 부딪히는 속도들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미시시피를 만날 때 까지는
쇳소리 섞인 클라리노를 멈추지 않는다
바다는 낡은 기억
거슬러 오른 길들은 넓이를 잃고 길이를 얻었다
정수리에서 솟구쳐 오르는 한숨만큼
굶주림 속으로 부조리는 꾸역꾸역 쌓인다
상류는 지워지고 발원은 도처에 생긴 강
시간이 무너져 내린 절벽 아래로
죽은 것들을 모아 산 것들을 키우며 흐르는 미시시피
델타에 부려놓을 것들과 어쩔 수 없는 끼니를 고른다
축 늘어진 수염으로 거른 세인트루이스의 어제는
반쯤 녹은 페놀로 끈적하고
반짝이는 것들이 쌓이는 뱃속은 자꾸 견고해진다
썩지 않는 바다는 등 뒤에서 유구하다
구토를 받아 먹고
서서히 녹슬어가는 고래 한 마리
하얗게 떠오르다 시커멓게 가라앉는 미시시피의 슬픈 이야기
돌아서지 못하는 세인트루이스의 흰 고래 한 마리
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