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폭력 창고

일베 무시는 청년 무지 /이범

취몽인 2015. 7. 3. 16:19

 

<나홀로 사상운동> 3. 일베 무시는 청년 무지

 

 

제가 대학에 다닐 적에 4.19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까마득한 선사시대 얘기 정도로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4.19는 제가 태어나기 10년쯤 전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새 따져보니 저와 지금 대학생들간의

세대차가 저와 4.19 세대 사이의 세대차와 맞먹더군요. 제가 69년생 88학번으로서 486 세대(처음엔 386이라고

불렸고 지금은 거의 586이 된)의 마지막 학번이니, 486이 얼마나 나이들었는지가 새삼 실감됩니다.

지금 대학생들이 보기엔 거의 선사시대 사람들이겠지요! 젊은이들에게 꼰대 취급받지 않으려면 얼마나

주의깊게 노력해야 할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저는 SNS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2000년대 초~중반에 개인 홈페이지를 열고 자유게시판을 마치 SNS처럼

사용하면서 많은 10대~20대 젊은이들과 교류해 보았습니다. 이들이 이젠 거의 30대가 되었겠네요.

그런데 당시 게시판에는 전두환의 집권과정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청년들도 있었고, 전라도 출신은 게으르고

범죄율이 높다고 주장하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낯설지 않지요? 예, 일베 코드입니다.

비실명제였던 점을 이용하여 본인의 속내를 다 드러냈던 거죠. 이후 일베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저는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재 찬양, 호남 차별, 여성 혐오 등의 일베 코드는 사실 예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예로부터 드물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이런 성향이 한군데 모여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구요. 다만 일베에서는 독특한 베스트게시물 선정시스템으로

말미암아 극단을 향한 경쟁이 유도되고, 그로 인해 '막장'이 일상화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베의 '막장성'을 조심스럽게

벗겨내면 그 알맹이로 하나의 사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한국 우파의 새로운 사상운동, 즉 뉴라이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성향들이 단순한 문화적 '코드'가 아니라 '사상'의 속성을 가지게 된 것은 뉴라이트를 기반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체계적인 사상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베는 일본의 재특회나 유럽의 네오나치보다는 미국의 티파티와 닮은

속성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오프라인 정치와 연관될 잠재력도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지금도 많은 10대~20대가 일베를 통해

뉴라이트 사상을 집단학습하고 있습니다.

정치운동으로서의 뉴라이트는 한풀 꺾였다지만, 사상으로서의 뉴라이트는 여전합니다. 아직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한 축으로, 낙성대경제연구소 중심의 실증 역사연구를 또한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예로부터

 내려오는 통념과 부합하기 때문에 생존력이 강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 근대화시켜준 거 아냐?" "우리나라가 박정희 덕에

먹고살게 된 거지" "전두환이 다른 건 몰라도 경제 하나는 잘했어" 등등. 이러한 통념에 대해 이러저러한 반론을 펴고 맞서고

심지어 저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다른 많은 사회적 논쟁에서 그러하듯이 이를 결정적으로 반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요.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일베 현상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일베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어왔고 각각의 해석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존의 해석들로는

일베 유저들의 '불타는 정의감'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자식 잃고 단식하는 사람 앞에서 폭식투쟁을 하고, 강연장에서

사제폭발물을 터뜨리고, 먼 외국에 찾아가서 테러단체에 가담하는 등의 행위가 루저들의 발악이거나 '약자 코스프레에 대한 비판'에

걸맞은 행동일까요? 제가 보기엔 엄청난 악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수호자, 거의 전사(warrior)의 자기정체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수준의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맞서 싸운다고 생각하는 악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현재 20대가 30대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은 꽤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20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과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작년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 했고, 최근 정당별 지지도나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에서도 전체적으로 20대가 30대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20대가 30대보다는 물론이요 심지어 중장년층보다도

더한 태도를 보이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 문제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2007년부터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실시합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을 '경계' 내지

'적대' 대상으로 본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입니다.(20대 41.1%, 50대이상 36.4%)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비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도 바로 20대이구요.(20대 41.5%, 50대이상 44.6%) 참고로 2013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북한이 앞으로

'실제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비율 역시 20대에서 60대보다도 높게 나타납니다.(20대 48%, 60대이상 32%)

북한을 총체적으로 제일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집단이 장년·노년층이 아니라 20대라니!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일단 20대 남성 대부분이 군복무를 앞두고 있거나 전쟁이 나면 현역이나 예비군으로 참전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겁니다. 여기에 더하여 20대의 세대적 경험이 영향을 줬겠지요. 지금 20대가 경험한 북한은 일관되게

막장이었거든요. 지금 20대 중반인 사람들이 청소년이었던 시절 북한 정부는 핵실험을 했고, 성인이 될 무렵에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터졌으며, 이윽고 세계 유례 없는 3대 세습이 이뤄지고 김정은은 고모부를 총살했습니다.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지요.

기성세대는 지난 수십년간 남북한 정부가 다퉜다 화해했다 하면서 지지고 볶는 걸 봐왔기 때문에, 북한 정부가 지금 이러다가도

나중에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반면 20대는 세대적 경험상 북한을 굉장히 싫어할 수밖에 없지요.

보통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새정치연합이 다른 건 다 좋은데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지지하기 꺼려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현 야권에 종북주의자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식의 주장은 물론 흑색선전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종북 아니야. 그럼 됐지?" 라는 식의

야당의 태도는 정당할까요?

가장 유의할 부분은 북한 인권 문제입니다. 앞에서 인용한 통일의식조사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찬성률을 조사했는데요, 본인이 정치적으로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들 중 어느 쪽에서 찬성률이 높았을까요? 자신이 진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찬성률 71.4%) 올해만 그렇게 나온 게

아니라 여태까지 조사에서 줄곧 그랬습니다. 참고로 이 찬성률은 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고학력층, 소득 상층, 서울·수도권에서

더 높게 나옵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들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진보의 정체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인권'이라는 보편적인 권리를 이야기하는데 미국의 한반도전략이 어쩌구 남북한 화해협력을 위한 정치권의

역할이 저쩌구 하면서 토를 단다면 보편적(universal)이라는 말 자체가 가진 위력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지요. 예를 들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자는 주장 앞에서 자연의 질서니 신의 섭리니 청소년들이 물드니 하면서 토를 다는 것과 논리적으로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유독 북한 인권문제 앞에서는 이렇게 토를 다는 사람들이 야권에 적지 않습니다. 물론 새누리당에서 내놓은 북한인권법은 대북전단을

배포하는 단체에 자금지원을 하게 될 우려가 있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발의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도

3건이나 있구요.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나 탈북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당내 조직이나 개인이 거의 전무한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의도에서 이뤄지는 여러 토론회나 간담회에 참석하다 보면, 멀쩡한 야당 국회의원이 북한 인권이나 탈북자 얘기를

거론할 때에는 유독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이러저러한 단서와 조건을 열거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당 내에서

혹은 진보적 사회운동가들로부터 욕먹을까봐 눈치를 보는 거죠. '젊은 진보'와 '486 진보' 사이에, '시민 진보'와 '여의도 진보' 사이에

의미심장한 간극이 있는 겁니다.

 

 

저는 역사를 주의깊게 들여다보긴 합니다만 논쟁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개인적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어차피 역사 해석이라는 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고 또 서로 다른 게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86 진보, 여의도 진보의 역사관에 뭔가 업데이트가 덜 되어있다는 심증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주목하는 건 한국전쟁에 관련된 것입니다.

6.25 전쟁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지난 10여년간 적지 않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한국갤럽에서 2007년과 2013년에 "6.25 전쟁의 가장 큰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동일 질문을 던졌는데, '북한'이라는 답은 2007년 33%에서 2013년 46%로 높아진 반면 '남북한 모두'는 2007년

33%에서 2013년 17%로 낮아졌습니다. '소련'은 0%에서 4%로 높아진 반면 '미국'은 11%에서 6%로 낮아졌고요. 그런데 이것이 최근의 경향만은

아닙니다. 유사한 한국갤럽 조사가 2002년과 2007년 사이에도 있었는데, 6.25 전쟁을 미‧소 강대국의 대리전쟁으로 본다는 응답은 2002년 44.5%에서

2007년 35.7%로 낮아졌고 북한의 불법남침으로 본다는 견해는 31.2%에서 52.3%로 높아진 겁니다. 이렇게 보면 200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국민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특히 주목할 점은 대학생층의 한국전쟁 인식 변화입니다. 6.25를 미·소의 대리전이라기보다 북한의 불법남침으로 보는 견해가 2002년에는 대학생층에서

17.7%에 불과했는데 2007년이 되자 41.7%로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젊은 층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일어났던 것이지요.

2000년대 이후 한국전쟁에 대하여 이러한 인식 전환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요?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의 사상공세 때문이었을까요?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이 우리 국민들에게 준 거대한 충격 때문일까요?... 물론 이것들도 영향을 주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데에는 새로

나타난 실증연구들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된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전쟁에 대한 구 소련 및 중국측 자료가 공개되기 시작하고 미국정부의 자료도 이전보다 더 많이 공개되면서,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북한 지도부가 전쟁의 준비와 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로 인해 사료가 부족했던 시대에 구성된

브루스 커밍스 교수 등의 내전설, 남침유도설 등은 급격히 힘이 빠집니다. 새로운 자료를 활용한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역작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996)을 비롯한 새로운 연구들은 2000년대 인터넷을 통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유통되었고, 이것이 특히 인터넷 사용도가 높은

젊은 층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겁니다.

'실증'의 무게는 무시무시한 겁니다. 예를 들어 고구려 평양이 지금의 평양이 아니라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복기대 인하대 교수는 면밀한 실증 연구를

통해 고구려 장수왕이 천도한 평양이 요동의 랴오양 지역이라는 결론을 내놓았고, 결국 작년 교육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고구려 수도 평양이 어딘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3년 계획의 연구를 개시했습니다. 어쩌면 몇년 뒤에는 국사 교과서의 내용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가 아니었다는 학설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 수용되지 않겠느냐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구요. 물론 한두 건의 실증자료로 역사

서술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풍부한 실증자료들이 묵묵히 만유인력처럼 작용할 때, 그것은 거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보적 역사학자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서술을 보면 이러한 전환이 제대로 수용되었는지를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진보

역사학자인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쳐 쓴 한국현대사>(2006)를 보면, 전쟁 전 상황에 대한 다섯 줄에 걸친 서술이 있는데 그것도 김일성정권의

'전쟁 준비'가 아니라 '군사력 강화'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전쟁 발발에 대한 서술은 다음 한 문장입니다. "1948년 후반기에 남북에서 분단국가가 성립되고

그 군사력이 38도선에서 대치함으로써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다가, 1950년 6월 25일 새벽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279쪽) 김일성의

전쟁 계획과 준비 및 도발과정에 대한 명확한 서술은 없습니다.

물론 이 세상에는 다양한 역사관이 있고, 주체의 작용보다 상황의 압력을 강조하는 역사 서술양식은 매우 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492년의 사건에

대하여 콜럼버스 개인의 욕구보다 당시 유럽 왕실들의 해외진출 경쟁을 강조하는 건 충분히 정당한 역사서술이지요. 이렇게 보면 강만길 교수의 서술을

매도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대경험의 특성상 여느 세대보다도 높은 반북의식을 가지게 된 20대가 봤을 때, 김일성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듯한 인상을

주는 역사서술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일베의 눈에는 이런 역사인식이 종북의 증거로 보일 것이고, 일베 특유의 '팩트주의'로 난도질하기

딱 좋은 상대이겠지요. 무엇보다 일베에게 불타는 정의감을 심어주고 적개심을 불어넣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겁니다.

저는 강만길 교수류의 인식이 486 진보, 여의도 진보의 일각에 꽤 퍼져있는 역사인식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슨 사상검증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전향'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제가 요구하는 건 일종의 '업데이트'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강만길 교수의 위 저서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 현대사 산책: 1950년대편>(2004)을 펴냈는데, 그는 이 책에서 김일성 주도의 전쟁 준비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동시에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의 격화, 중국 국공 내전의 귀결, 남북 각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의 차이 등을 입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인식과 서술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혹시 노파심에서 하는 얘긴데, 강준만 교수가 진보가 아니거나 냉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지요?

 

 

 

올해 초 이인영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여 문재인-박지원 양강 구도에 도전했습니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세대교체'였지요.

그때 이인영 의원이 당 대학생위원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학생들에게 권한 게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통일운동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제 낯이 확 달아오르더군요. 통일운동에 대한 그의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486 세대니까요. 하지만 아래 세대에

대한 그의 이해와 공감능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대학생들이 혹시 '당신이야말로 세대교체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분들은 일베를 그냥 무시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일베에 대한 무시가 청년에 대한 무지를 정당화해선

안됩니다. 일베 현상의 기저에 깔려있는 청년들의 상황과 의식의 변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진보가 시급히 업데이트해야 할 지점입니다.

여의도 정치권이 청년들의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여태까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덧붙여 청년들의

자생적 반북의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정치연합이 다른 건 다 좋은데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지지하기 꺼려진다'는

젊은이들의 반응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청년들의 세대적 경험에 대한 몰이해, 실증의 무게에 대한 무감각, 역사인식 업데이트의 미비, 여기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홀대가 더해질 때,

청년들은 야권에 대한 기대를 접거나 유보할 것이고 일베는 더 발호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