呼名
텔레비전 속에서 누가 나를 부른다 우겨 넣던 밥술을 멈추고 부르는 이를 찾는다 낯 익은 연예인이 나 대신 대답을 한다 또 저녀석이군 며칠 전에는 인터넷에서도 내가 불렸다 그때도 저녀석이었다 심심해서 찾아 본 전화번호부엔 내가 한 백 명쯤 있었다 고등학교 일 년 선배도 있고 방송국 PD도 있다 가입도 하지 않은 문인협회에도 나는 가입돼 있다 시인으로 이시간에도 나는 도처에서 불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근자에 나로 불려본 적이 별로 없다 비슷하게 부르는 유명한 이름도 있다 요즘은 선생님 또는 아저씨 가끔은 할아버지로 불리는 나는 이름도 없이 늙었다 얼마전까지 무시로 내 이름을 부르던 어머니는 떠났다 내 이름은 남은 친척들과 친구들 그리고 선배들 속에서만 살아 남았지만 천천히 하나씩 지워져갈 것이다 책을 한 권 내야 한다 이름을 남기기 위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 가끔 꺼내 나라도 내 이름을 불러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