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너는 자꾸 다가오지 앞으로 한 겹 살을 붙이고 뒤로 한 겹 껍질을 벗기며
내게 방금 화를 쏟은 너는 다만 열기가 남았을 뿐 이미 그곳을 떠났는데
왜 내 뒤에 있는지 내가 멈출테니 앞질러 가시길
언짢은 표정의 나 또한
한 겹 벽 너머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 모든 것은 희미한 모습들로만
쌓이고 몇 몇 뚜렷한 형상들은 저 멀리 고스란히 멈춘 것들뿐 예컨데 삼
십 년 전에 죽은 아버지의 모습이나 버스 밑에 깔려 피흘리던 무릎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