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전 발표 詩

분꽃 1

취몽인 2016. 8. 2. 09:35



분꽃 1




해 질녘

피곤한 독산동

턱 턱 꺾인 언덕배기

하나 둘

플라스틱 꽃이 핀다


붉은 나비들

비틀 내려 앉을 곳

하늘색 분홍색 노란색

꽃대를 펼치며

불 밝힌 나무들 


어깨 내려

어두워지는 시간

웃음을 칠하고

듬성 듬성

비닐 꽃잎을 연다


흘러들어온

까만 목숨들

어둠이 묵은 상처를 덧칠해

잠자리 날개같이

가벼운 아름다움


촛불을 켜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깊은 곳의 창백

밤이 깊어야 한다

더 빛나기 위해


나일론 입술

끈질긴 아름다움이 찬란하여

언덕 아래에서

남루한 나비 한 마리

비척이며 날아 올 때까지



20160802 / 모던포엠 2016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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