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
가장 먼 밤에
비가 내린다
얼지도 못한 땅은 속절없이 젖고
앙 다문 가지마다 맺히는 망설임들
느닷없는 눈동자들의 행렬 끝에서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고 죽은 날개들을 위해
비켜서는 흙들이 억울하다
온전한 소멸마저 막아서는 비닐의 묘혈
끝자락을 씻으며 검은 비는 내린다
수많은 발자국들을 지우며
그렇게 떠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캐롤은 혼자 떠들고
흠씬 젖은 예수는
도무지 돌아오지 않는 밤
죽은 새떼들 하늘에 가득한
가장 먼 밤에
비가 내린다
2016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