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
무조건 바다가 있는 곳으로
너무 멀지 않았음 좋겠어
여관방을 하나 잡고
침대에 누워 우선 담배를 하나 피지
침대가 있는 방안에서 담배를 피워본 지가 언제인지
포르노 영화채널을 찾아 틀어 놓고
시나 몇 편 읽어도 좋겠지
창밖은 아직 어스럼이 오지 않았어
그래도 파카를 뒤집어 쓰고 선창으로 나가는 게 좋아
똑같은 간판으로 바가지를 가린 회타운은 지나쳐
어찌어찌 뒤지다 보면 선술집 하나쯤 찾을 수 있을거야
비린내 나는 안주를 시키고
나오는 동안 신김치나 오뎅 쪼가리로 먼저 한 병 비우지
혼자 마시니 술도 빨리 취하지
한 두병쯤 먹고 나면 더 못먹을거야
한 이만원 주면 계산이 될거야
성에낀 미닫이 문 열고 나오면 바다는 어둑해졌지
입김 반 연기 반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몇 걸음 비칠비칠 부두길을 걷다가
발목이 아플 조짐이 보이면 편의점을 찾아
캔맥주는 두 개쯤 오징어땅콩 한 봉지
떨어지면 안되니 담배도 한 갑
어깨 구부리고 패잔병처럼 여관방으로 기어 들어가
다시 포르노 채널을 틀고
침대에 누워 담배 한 대 피우고
맥주를 찔끔찔끔 마시다가
반 캔쯤은 맛 없어 남겨두고
캄캄한 바다 침묵만 잠깐 내다보다가
뭔 껀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몇 신지도 모르는 시간에 잠들면 되는 거지
눈 뜨면 새벽
세수만 하고
도망치듯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되지
바다?
많이 봤잖아 그만 하면 됐지 뭐
2017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