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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에 길을 잃다

취몽인 2017. 1. 26. 15:07




그믐에 길을 잃다




사는 일은 늘 이런 식이다

달떠 희죽거리다

뺨을 맞는다

처음엔 얼떨떨하다

좀 있으면 설움이 밀려든다

아득한 끄트머리가 어른거리고

시린 발목이 꺽인다

바람 찬 계단 아래서 거푸 가슴을 태우면

산발한 채 끌려 올라가는 답답함 몇 개비

침을 뱉으면 같이 쏟아지는 욕지기들

잘 헤어져야 한다

반대편 뺨을 내밀고

웃으며 안녕 해야 한다

오늘과 분리될 수 없는 내일

끊어지지 않도록

비굴한 태연함으로

혹시 모를 신의 보복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등 뒤에 칼을 꽂듯

은밀한 부활을 모의할 필요가 있다

쉽게 죽지 못한다

살아봐서 아는 일이다

그저 떠밀려 다닐뿐

사는 일이란 늘 이런 식이니까



201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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