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에 길을 잃다
사는 일은 늘 이런 식이다
달떠 희죽거리다
뺨을 맞는다
처음엔 얼떨떨하다
좀 있으면 설움이 밀려든다
아득한 끄트머리가 어른거리고
시린 발목이 꺽인다
바람 찬 계단 아래서 거푸 가슴을 태우면
산발한 채 끌려 올라가는 답답함 몇 개비
침을 뱉으면 같이 쏟아지는 욕지기들
잘 헤어져야 한다
반대편 뺨을 내밀고
웃으며 안녕 해야 한다
오늘과 분리될 수 없는 내일
끊어지지 않도록
비굴한 태연함으로
혹시 모를 신의 보복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등 뒤에 칼을 꽂듯
은밀한 부활을 모의할 필요가 있다
쉽게 죽지 못한다
살아봐서 아는 일이다
그저 떠밀려 다닐뿐
사는 일이란 늘 이런 식이니까
2017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