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아내는
새벽에 김밥을 쌌다
아침을 나서며
호일에 싸인
김밥 하나를 들고 나왔다
홀쭉
농작물 재해 25쪽을
줄 긋고, 필사하며 외고
문태준 시 한 스무 편을 읽고
읽다 만 책, 다 읽은 책 반납하고
읽은 듯한 책 포함 세 권을 빌렸다
다시
몇 통의 무음 전화와
카톡, 문자를 주고 받고
잊을 수 없는
사월 사일생 친구에게
재수없는 축하를 보내자
허기
식당에서
가난한 김밥을 풀자
김도 밥도 없는
길다란 단무지, 햄, 계란 지단 묶음뿐
김밥의 잔해를 들고 왔다
낭패
돈가스를 시켰다
이병률의 시를 읽으며
썰고 씹고 삼켰다
내 평생처럼 질기고
맹맹한 대체는
초라
아내의 톡이 왔다
으이그 ᆢ
물어나 볼것이지
말안하는 벌이라 생각해
그랬다
2017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