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반 시만 읽으면
서해 바다 작은 포구 선술집에 가고싶다.
눈이 오면 좋고
아니면 해질녘 어스름이라도
근데 자꾸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적한 포구도, 선술집도.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의 기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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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림 / 황동규
- 지리산 가는 길에, 마종기에게
벗겨도 벗겨도 덮어씌워지는 서울 삶의 그물 벗어놓고
생수 2와 2분의 1병을 위에 부으며 달려왔다.
길 저 앞에서 산돌림이
산의 어깨를 자욱이 껴안고 물을 뿌리다
홀연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을 차 세우고 바라보고
네가 곁에 있었으면 했다.
휴대폰을 두고 왔군.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피고 지는 요즘 꽃들보다는
그 꽃들을 찾아 떠도는 벌 나비보다는
비 맞고 그냐 몸을 터는 산이 분명히 좋다.
그 분명함에 홀려 하늘에 해 아직 걸려 있는데
마을에 들러 막걸리 몇 대포 하고
차를 더 몰 수 없어 멀뚱멀뚱 창밖을 내다보며
두 대포 더 하고
여기서 자고 가지, 마음 먹었다.
산들이 함께 잠들었다 깨준다면 좋고
밤사이 다들 슬그머니 자리 떠
다음 날 텅 빈 세상 만나게 돼도 그만 견뎌낼 것 같다.
이제야 간신히
무엇에 기대지 않고 기댈 수 있는 자가 되었지 싶다.
네가 조심하라고 한 술은
술병이 다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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