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인
글쎄 당신은 우선
글밥 안먹어도 될 밥벌이가 있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시인들 배 고프다는데
적어도 당신은 배 고플 일은 없잖아
시를 팔아 먹고 살 일도 없고
마감을 독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시는 뭐
써도 되고 안써도 그만이잖아
잘 써서 잘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어디 그게 당신 마음대로 되나
정 쓰고 싶으면
되는 대로 쓰다가
시원찮으면 버리고
어쩌다 소 뒷걸음질로 성에 차는게 나오면
혼자 낄낄 웃으면 되지
이도저도 안될 때는
한 동안 작파하고
이 놈 저 놈, 이 세상 저 세상
휘적거리며 살면 되지
그러다 또 목 마르면
다시 책이나 몇 권 읽다가
써지면 쓰고 아니면 말고 하면 되지
그래도 별 문제 없잖아
어디 가서 누가 물으면
그냥 시 좋아하는 삼륩니다 하고
소주 한 잔 찍 마시면 되지
그래도 가끔씩은
시가 널 좋아하기도 한다는 생각
혼자서 하면 되지
2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