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행복한 시인

취몽인 2020. 1. 7. 10:40



행복한 시인

 

 


글쎄 당신은 우선

글밥 안먹어도 될 밥벌이가 있잖아

당신도 알다시피

시인들 배 고프다는데

적어도 당신은 배 고플 일은 없잖아

시를 팔아 먹고 살 일도 없고

마감을 독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시는 뭐

써도 되고 안써도 그만이잖아

잘 써서 잘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어디 그게 당신 마음대로 되나

정 쓰고 싶으면

되는 대로 쓰다가

시원찮으면 버리고

어쩌다 소 뒷걸음질로 성에 차는게 나오면

혼자 낄낄 웃으면 되지

이도저도 안될 때는

한 동안 작파하고

이 놈 저 놈, 이 세상 저 세상

휘적거리며 살면 되지

그러다 또 목 마르면

다시 책이나 몇 권 읽다가

써지면 쓰고 아니면 말고 하면 되지

그래도 별 문제 없잖아

어디 가서 누가 물으면

그냥 시 좋아하는 삼륩니다 하고

소주 한 잔 찍 마시면 되지

그래도 가끔씩은

시가 널 좋아하기도 한다는 생각

혼자서 하면 되지

 

 

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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