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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아래 쌓인 육만 킬로미터쯤의 거리
개수대로 빠져나간 잘린 수염 한 움큼
벌써 조금 늙은 딸 둘
한 번 넘어져 걸음을 놓치고만 나와 당신의 어머니
꼬박꼬박 쌓아온 생계의 눈치 한 됫박
어거지로 읽어 낸 책 칠십 권
마저 못읽은 다섯 권
어제서야 겨우 살짝 들어낸 미련 한 꾸러미
소주 석 잔
새로 생긴 발목의 통증
떠나간 어금니 둘 새로 박은 앞니 넷
여전히 친절하지 못한 남편
자연에 밀려 조금 더 멀어진 신
보지 못한 채 깊어졌을 친구들의 주름 몇 줄
죽음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
조금 전까지
나는 모조리 사라졌다
다행 아닌가
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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