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좋은 詩 모음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취몽인 2020. 2. 18. 18:19

映畵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죽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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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다 돼 가지만

우리는 여전히 주저앉고

황지우도 이젠 주저앉아

詩도 안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