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그때

그때, 70년의 함정

취몽인 2020. 8. 6. 11:16
그때, 70년 함정


비만 오면
그러고 싶었다

집 앞 흙길
부지깽이로 후벼 파서
구덩이 만들고
젖은 잔가지 얹고
납작한 돌멩이나 나뭇잎 같은 걸로 덮고
다시 흙으로 가렸다

그 전에
변소에서 똥 한 줌 퍼 집어넣고

비 쫄딱 맞으며 녹슨 대문 뒤에 숨어서
누가 빠지길 기다렸다

딱 한 번
한 사람이 빠졌는데
우리 엄마였다

함정 속 악마는
차마 웃지 못했다


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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