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에세이

송년 일상

취몽인 2020. 12. 21. 08:28
.
송년 일상

변함없이 아침 여섯시반에 일어나
십분 스트레칭, 시리얼 한 컵 먹고
성경 두 장 읽고 한 장 쓰고 잠깐 묵상.
라디오에선 바흐의 무반주 첼로가 흐르고
커피 한 잔 마시며 꽃 한 송이 올린다.
네루다의 시 두 편, 이름 모르는 젊은 시인들의 시 두 편, 모파상의 단편 한 편,
짧은 수필 한 편을 읽고 김소연시인의 마음 사전 한 꼭지를 읽으며 하루 첫 두 시간을 시작한다. 조금 있으면 노트북에선 주식거래가 시작될 것이고 강아지는 늦잠을 잘 터. 하루는 오늘도 느리게 갈 것이고 여전히 외출은 없다.

둘째가 좋은 의자를 보냈다. 가능하면 침대에 눕지 않고 책상에서 하루를 보내고자 하는 입장에서 큰 도음이 된다.

오후에는 미뤄뒀던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러시안 스프를 끓이며 영화도 한 편 볼 작정.
아비정전이나 동사서독 같은 왕가위 감독 영화를 다시 볼까 싶다.

넉달 동안 누려온 여유와 호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엔 새로 할 일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멀리로 일주일 교육도 받으러 다녀야 하고 이런저런 처리도 미리 해두어야 한다.

앞으로 열흘, 예년 같으면 송년모임으로 술 마시고 술 깨다 지나갔을 시간이지만 오롯이 혼자 보낼 것같다. 나쁘지 않다.

그렇게 쉰 줄은 가고 예순줄을 맞는다.

201221

'이야기舍廊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년정리  (0) 2020.12.31
텅 빈 크리스마스  (0) 2020.12.24
첫 집  (0) 2020.12.18
소견머리  (0) 2020.11.26
미드웨이를 보면서  (0)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