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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풀어헤친 옥수수밭 옆에서
나는 모른다
해바라기가
늘 천사인지
그러나 가끔 그런 건 확실하다.
그 누가, 제 아무리 천상의 존재라도
원하지 않겠는가
한동안
그런 씨앗 얼굴을 갖는 걸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잎들의 옷을 입은
그 용감한 등뼈를 갖는 걸
여름날
쓸쓸한 시골의
뜨거운 들판에
머리를 풀어헤친 옥수수밭에
서 있는 걸
나는 그 정도는 안다
들판을 한가로이 거닐며
그 얼굴들의
빛나는 별들을 볼 때
나는 말도 부드러워지고
생각도 부드러워져서
상기한다
모든 것이 머지않아 다른 모든 것이 된다는 걸
- 메리 올리버
*2013.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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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소로우라고 하면 적당할까?
페미니즘 측면에서 실례인가?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경이와 기쁨을 단순하고 빛나는 언어로 노래하는 시인' '소로우가 '눈보라 관찰자' 였다면 올리버는 '습지 관찰자'라는 어느 미국 시인의 말처럼 숲과 바닷가에 속해 살고있는 시인의 모습이 글과 시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집은 아니고 산문들을 중심으로 엮은 세 권 시리즈 중 한 권. 딸에게서 빌려 읽었다. 나머지 두 권도 얼른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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