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근황

취몽인 2021. 1. 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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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여전히 틀어박혀 산다
며칠 새 약속 둘 있었지만 포기했다
눈 내린 세상은 아직 얼어붙었고
맥 없는 발목은 두렵다
미끄러움을 감당하지 못하는 삶은
다소 초라하다
턱밑에서 역병은 출렁거린다
두려움은 이제 무던하지만
마스크 뒤의 표정들은 다 지워졌다
돌아서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니
누군가의 비명과 체념은 지극하리라
고립의 시간 속에서
몇 푼 실업급여를 받으며 살 수 있으니
그나마 감사한 일
복은 어느 구석에나 있는 법이다
비탈은 어쨌든 녹을 것이고
외출과 한 잔의 발목도 풀릴 것이다
얼어 있을 땐 얼어 있어야 한다
오후에 만나는 친구들이여
내 이야기도 나눠주시라
멀리서 듣고
속으로 즐거워 하리라
먼 산 발목 언 눈
미끄러지고 자빠진다
조심하시라

2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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