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김선우

취몽인 2021. 1.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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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치고 잠깐 햇살

 

 

지저분한 강아지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던

동해 바닷가 막횟집 평상 아래

눈 그치고 잠깐 햇살,

일어나 몸을 턴 강아지가 저편으로 걸어간 후

 

동그랗게 남은 자국,

그 자리에 손을 대본다

따뜻하다

다정한 눌변처럼

 

눈 그치고 살짝 든 평상아래 한뼘 양지

눌변은 눌변으로 완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주 조그맣더라도

 

조그만 나뭇잎 한장 속에

일생의 나무 한그루와 비바람이 다 들어 있듯이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2012. 창비시선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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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년말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김선우와 김소연의 詩를 읽고 싶었다.

두 시인 모두 전에 많이 읽은 적 없는 시인들이다.

나와 그렇게 멀지않은 나이, 그나마 친절한 말투여서

멀기만 한 젊은 詩들을 납득시켜줄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기대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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