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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치고 잠깐 햇살
지저분한 강아지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던
동해 바닷가 막횟집 평상 아래
눈 그치고 잠깐 햇살,
일어나 몸을 턴 강아지가 저편으로 걸어간 후
동그랗게 남은 자국,
그 자리에 손을 대본다
따뜻하다
다정한 눌변처럼
눈 그치고 살짝 든 평상아래 한뼘 양지
눌변은 눌변으로 완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주 조그맣더라도
조그만 나뭇잎 한장 속에
일생의 나무 한그루와 비바람이 다 들어 있듯이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2012. 창비시선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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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년말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김선우와 김소연의 詩를 읽고 싶었다.
두 시인 모두 전에 많이 읽은 적 없는 시인들이다.
나와 그렇게 멀지않은 나이, 그나마 친절한 말투여서
멀기만 한 젊은 詩들을 납득시켜줄 실마리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기대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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