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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이 쓴 시인들과 시 이야기 책이다.
역시 오래된 책이다. 소개된 시인들도 오래된 시인들이다. 그간 작고한 분도 있다. 그 중 가장 젊은 시인이 안도현시인이다.
시인은 책을 통해 시인을 소개하고 그 시인의 삶 속에서 솟아난 시들을 소개한다. 앞으로 다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담겼다.
시는 시인의 삶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책을 덮으니 시는 별 기억이 없고 지난 시절 무작정의 삶을 살면서 피를 흘리듯 시를 남긴 노인 몇 분이 어른거린다.
다시는 쉬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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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림원지에 가서 / 이상국
선림禪林으로 가는 길은 멀다
미천골 물소리 엄하다고
초입부터 허리 구부리고 선 나무들 따라
마음의 오랜 폐허를 지나가면
거기에 정말 선림이 있는지
영덕, 서림만 지나도 벌써 세상은 보이지 않는데
닭죽지 비틀어 쥐고 양양장 버스 기다리는
파마머리 촌부들은 선림쪽에서 나오네
천년이 가고 다시 남은 세월이
몇번이나 세상을 뒤엎었음에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농가 몇 채는
아직도 面山하고 용맹정진하는구나
좋다야, 이 아름다운 물감 같은 가을에
어지러운 나라와 마음 하나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소처럼 선림에 눕다
절 이름에 깔려 죽은 말들의 혼인지 꽃들이 지천인데
경전이 무거웠던가 주동이 부러진 비석 하나가
불편한 몸으로 햇빛을 가려준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는데 마흔아홉 해가 걸렸구나
선승들도 그랬을 것이다
남설악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 그리움 때문에
이 큰 잣나무 밑동에 기대어 서캐를 잡듯 마음을 죽이거나
저 물소리 서러워 용두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픔엔들 등급이 없으랴
말이 많았구나 돌아가자
여기서 백날을 뒁군들 니 마음이 절간이라고
선림은 등을 떼밀며 문을 닫는데
깨어진 부도에서 떨어지는
뼛가루 같은 햇살이나 몇됫박 얻어 쓰고
나는 저 세간의 무림으로 돌아가네
- 우리교육.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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