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새로운 자유

말똥구리

취몽인 2021. 3. 7. 13:55
.

말똥구리


최소한
지금 당신 눈에 보이는 만큼
이 별은 속을 털렸다

역사를 뒤져
탄을 캐고 기름을 뽑고 쇠를 끄집어내고 구리를 파내고 돌을 덜어내고 물을 퍼내고..

이 별의 속은 파먹은 수박 한 통이다
빈 속으로 부글부글 앓는 중이다

본능적인 당신은
딛은 발밑이 꺼질까 부지런히 다진다
두 발로 네 바퀴로 삽으로 포크레인으로..

생각해보라
비면서도 도무지 작아지지 않은 이 별의 속내를

말똥구리 같은 당신이
꺼낸 것들을
타고 입고 태우고 먹고 싸는 사이

속 없이 보이는 이 별이
그 깊은 허방을 다져
역시 끄집어져 나온 당신들을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빈 속으로 다짐하고 있는지

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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