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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
기억 나니? 주머니에 차비밖에 없어 어렵게 불러낸 너와 버스를 타고 갔던 앞산. 가을이 끝나가고 있어서 산은 붉고 길은 바람 같은 잎들이 불고 있었지. 종점 못미쳐 내려 몇 번이고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는 너를 앞세우고 걸었던 산길.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찔한 마음이 우리를 잇고 있던 길이었지.
우리가 왜 그 긴 계단을 올라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 다듬어진 화강석 풍경이 마음을 끌었던가? 忠魂, 애국자들의 영혼이란 말이겠지. 앞산 아랫춤을 걷어올리고 뾰족하게 발기한 계몽의 탑을 향할 때에도 우리의 연애는 아직 흥분하기엔 어렸는데. 너는 그저 양쪽으로 뻗은 난간을 따라 웃으며 걸었는데.
정의나 혁명을 약간의 흥분을 동반한 잘난 척으로 쓰고 있던 대학 일 학년. 대학생 오빠와 데이트하는게 신기한 여고생. 그 풋풋한 시간 속에 충혼은 그저 앞산에 꽂힌 배경이었는데, 그 아저씨는 왜 물었을까? 너희들 여기서 뭐해? 어느 학교 다녀? 아무래도 이놈들 불온한데. 이 경건한 곳에서 장난질하는 걸 보니.
가방속에 있던 전환시대의 논리. 페다고지 프린트 몇 장이 잔뜩 움츠리고, 이 충혼의 잣대가 검문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왜 했을까?
충혼탑
기억 나니? 주머니에 차비밖에 없어 어렵게 불러낸 너와 버스를 타고 갔던 앞산. 가을이 끝나가고 있어서 산은 붉고 길은 바람 같은 잎들이 불고 있었지. 종점 못미쳐 내려 몇 번이고 잡으려는 손을 뿌리치는 너를 앞세우고 걸었던 산길.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찔한 마음이 우리를 잇고 있던 길이었지.
우리가 왜 그 긴 계단을 올라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잘 다듬어진 화강석 풍경이 마음을 끌었던가? 忠魂, 애국자들의 영혼이란 말이겠지. 앞산 아랫춤을 걷어올리고 뾰족하게 발기한 계몽의 탑을 향할 때에도 우리의 연애는 아직 흥분하기엔 어렸는데. 너는 그저 양쪽으로 뻗은 난간을 따라 웃으며 걸었는데.
정의나 혁명을 약간의 흥분을 동반한 잘난 척으로 쓰고 있던 대학 일 학년. 대학생 오빠와 데이트하는게 신기한 여고생. 그 풋풋한 시간 속에 충혼은 그저 앞산에 꽂힌 배경이었는데, 그 아저씨는 왜 물었을까? 너희들 여기서 뭐해? 어느 학교 다녀? 아무래도 이놈들 불온한데. 이 경건한 곳에서 장난질하는 걸 보니.
가방속에 있던 전환시대의 논리. 페다고지 프린트 몇 장이 잔뜩 움츠리고, 이 충혼의 잣대가 검문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왜 했을까?